경상남도하동군
하동 아카데미 – 미싱교실 부부유별
AI 요약홈쇼핑에서 산 바지가 맞지 않아 아내에게 수선을 부탁했지만, 서툰 솜씨에 새 바지를 망치고 말았다. 화가 나 아내에게 핀잔을 주었고, 결국 아내는 미싱을 사주며 직접 수선하라고 했다. 퇴근 후 도서관 미싱 수업에 참여하게 된 남성의 이야기.

지난 일요일 저녁 리모컨을 이리저리 만지다 12번 홈쇼핑 채널에 마음을 빼앗겼다. 바지 3개에 9만 9천 원, 모델이나 나나 실눈 뜨고 보면 비슷한 것 같아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음 달 카드 명세서에 적힐 항목 하나를 더 추가했다. 이틀 만에 온 택배를 뜯으니 검은색, 남색, 회색, 바지 3벌이 들어있었다. 색은 무난하니 출근할 때도 놀러 갈 때에도 입기 딱 좋겠다. 사이즈야 세 개의 바지 다 똑같으니, 손에 잡히는 회색 바지에 왼쪽, 오른쪽 차례대로 발을 끼워 넣고 바지 단추마저 잠갔는데 뭔가 잘못되었다. 발이 바지 속에 숨어서 나오질 못했다. 자신을 과대평가한 것 같아 멋쩍은 얼굴로 아내를 보니, 내일 수선집에 맡겨두겠다 한다. ‘수선집에 바지 3개 맡기면 적어도 만 오천 원은 넘을 텐데…. 그건 안 되지.’
“그냥 유빈 엄마가 한번 해 봐.”
사무실 직원들을 보니 요즘 봄이라고 산뜻하게 입던데 나도 새 옷 입고 출근을 해볼까? 하며 어젯밤 아내가 수선해 둔 바지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바짓단이 왜 사선이지? 게다가 오른쪽, 왼쪽 길이도 다르다. 아직 한 번도 안 입은 새 옷을 망쳐놓았다는 생각에 순간 화가 나 아내에게 “이것도 못 해? 아휴 정말!”이라고 하니 아내는 더 큰 목소리로 “그럼 당신이 하든가!”라고 대답했다.
아내의 기에 눌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출근했다. 아주 전위적인 바지와 함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직원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자 모두 사모님께 사과하란다. 그래, 별 수 있나. 내가 잘 못 했지. 생각하며 오후 6시에 퇴근하고 곧장 집으로 갔더니 거실 테이블에 못 보던 물건이 하나 놓여있었다. 준비해 둔 “미안해.”라는 말 대신 “미싱이야?”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쳐다도 안 보고 소파에 앉아 팔짱을 끼고 한참 미싱만 노려보던 아내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당신 옷은 당신이 알아서 수선해. 그리고 내일부터 6시까지 도서관에 가. 거기에 가면 미싱 알려준대.” ‘아니, 내가 6시에 마치는데 어떻게 6시까지 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응’이라고 대답만 했다.
6시 13분, 최대한 서둘렀지만, 첫날부터 13분 지각했다. 옆구리에 아내가 사준 하얀 미싱 기계를 끼고 도서관 문을 여니 모든 눈길이 나에게로 쏠렸다. 지각으로 주목을 받아 머쓱한 건 둘째치고, 선생님과 수강생 모두가 여자였다. 쭈뼛쭈뼛 남는 자리에 앉아 미싱 기계를 내려놓고 옆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니 다들 남자 수강생이 있을 줄 몰랐다고 신기해한다. 그러게요. 저도 남자가 저뿐일 줄은 몰랐습니다.
원단 가장자리와 노루발 오른쪽을 맞추고 도로록 풀리 다이얼을 돌리면 가지런히 여러 땀이 내 손을 졸졸 따라온다. 거기다가 고급 스킬로 마지막 세 땀 뒤에 후진 재봉 레버를 누르며 다시 풀리 다이얼을 돌려 한 번 더 단단히 바느질하고 나면 완성. (후략)
“그냥 유빈 엄마가 한번 해 봐.”
사무실 직원들을 보니 요즘 봄이라고 산뜻하게 입던데 나도 새 옷 입고 출근을 해볼까? 하며 어젯밤 아내가 수선해 둔 바지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바짓단이 왜 사선이지? 게다가 오른쪽, 왼쪽 길이도 다르다. 아직 한 번도 안 입은 새 옷을 망쳐놓았다는 생각에 순간 화가 나 아내에게 “이것도 못 해? 아휴 정말!”이라고 하니 아내는 더 큰 목소리로 “그럼 당신이 하든가!”라고 대답했다.
아내의 기에 눌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출근했다. 아주 전위적인 바지와 함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직원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자 모두 사모님께 사과하란다. 그래, 별 수 있나. 내가 잘 못 했지. 생각하며 오후 6시에 퇴근하고 곧장 집으로 갔더니 거실 테이블에 못 보던 물건이 하나 놓여있었다. 준비해 둔 “미안해.”라는 말 대신 “미싱이야?”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쳐다도 안 보고 소파에 앉아 팔짱을 끼고 한참 미싱만 노려보던 아내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당신 옷은 당신이 알아서 수선해. 그리고 내일부터 6시까지 도서관에 가. 거기에 가면 미싱 알려준대.” ‘아니, 내가 6시에 마치는데 어떻게 6시까지 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응’이라고 대답만 했다.
6시 13분, 최대한 서둘렀지만, 첫날부터 13분 지각했다. 옆구리에 아내가 사준 하얀 미싱 기계를 끼고 도서관 문을 여니 모든 눈길이 나에게로 쏠렸다. 지각으로 주목을 받아 머쓱한 건 둘째치고, 선생님과 수강생 모두가 여자였다. 쭈뼛쭈뼛 남는 자리에 앉아 미싱 기계를 내려놓고 옆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니 다들 남자 수강생이 있을 줄 몰랐다고 신기해한다. 그러게요. 저도 남자가 저뿐일 줄은 몰랐습니다.
원단 가장자리와 노루발 오른쪽을 맞추고 도로록 풀리 다이얼을 돌리면 가지런히 여러 땀이 내 손을 졸졸 따라온다. 거기다가 고급 스킬로 마지막 세 땀 뒤에 후진 재봉 레버를 누르며 다시 풀리 다이얼을 돌려 한 번 더 단단히 바느질하고 나면 완성.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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