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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묵은 싸움, 논산이 끝냈다”

AI 요약논산시가 수십 년간 주민 통행로로 이용됐으나 사유지라는 이유로 분쟁의 소지가 됐던 '현황도로'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마을길 토지 정비사업'을 추진한다. 시는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준용, 주민 동의를 바탕으로 현황도로를 측량하고 경계를 확정해 공식적인 도로로 등록한다. 이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과 주민의 통행권 사이의 갈등을 예방하고, 주민 참여를 통해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적극 행정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50년 묵은 싸움, 논산이 끝냈다”
오래전부터 마을의 통로로 쓰이던 길이 어느 날 갑자기 막힌다. 철제 울타리가 세워지고, “사유지 통행금지”라는 팻말이 붙는다. 수십 년간 다녀온 골목길이 어느 날 폐쇄되거나, 울타리로 막히면서 이웃 간 다툼이 벌어지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 통행 제한 문제로 형사고발이나 민사소송으로 번지기도 하며, 긴급차량의 진입이 어려워 안전 문제가 불거진 일도 있다.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지적도에는 등록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오랫동안 통행로로 사용된 사유지 마을길이 존재한다. 이른바 ‘현황도로’로 불리는 이 길들은 법적으로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행정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고, 소유자와 주민 사이의 갈등을 풀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미비한 실정이다.

현황도로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던 때, 논산시는 ‘지금 우리는 괜찮은가’를 먼저 물었다. 조용히 누적되어 온 문제를 행정이 선제적으로 들여다본 것이다.

현황도로는 주민의 통행권과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이 충돌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은 별다른 갈등 없이 유지되는 곳이라 하더라도, 토지소유자가 바뀌면 언제든 새로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현황도로 문제는 단순한 생활 불편이 아닌, 선제 대응이 필요한 정책 과제다.

이에 따라 논산시는 ‘마을길 토지 정비사업’을 시작했다. 현황도로와 관련된 토지의 경계와 소유권을 정리함으로써 잠재된 갈등을 사전에 해소하고, 마을의 통행 환경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논산시의 마을길 토지 정비사업은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준용해 추진된다. 정비 대상지에 대한 현장 조사와 측량을 실시한 뒤 주민설명회와 개별 협의를 통해 사업의 내용을 공유하고, 토지소유자의 자발적인 동의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정비 절차에 들어간다.

사업의 핵심은 지적도에 등록되지 않은 사유지 내 도로를 실제 이용 현황에 맞게 측량하고, 주민 간 합의를 통해 정확한 경계를 확정하는 데 있다. 주민 의견이 엇갈리거나 분쟁이 우려되는 구간에 대해서는 논산시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측량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협의를 바탕으로 경계가 최종 확정되면, 이에 맞춰 지적을 정리하고, 각 필지의 법적 경계를 명확히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논산시는 현황도로 문제를 제도적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냈다.

현황도로는 전국 어디에서나 존재하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해당 토지를 매입하거나 공공도로로 편입하는 것에는 재정적 한계가 있으며, 재산권 침해 우려로 갈등에 행정이 개입하는 것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논산시가 추진 중인 마을길 토지 정비사업은 주목할 만한 접근이다. 제도적 공백을 핑계로 삼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발굴해 적극적인 행정적 실천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의 협의와 동의를 전제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이 사업은 갈등으로 얼룩진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은 주민 참여를 통해 마을 공동체가 공유해온 ‘길’을 다시 정의하는 합의의 장이자, 갈등을 예방하고 이웃의 정을 회복하는 마을 행정의 첫 단추가 되고 있다.

공공에서 관리되지 않지만, 공동체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을 정비하고 현실을 제도보다 먼저 살핀 행정의 사례로서 논산시의 마을길 정비사업은 타 지자체와의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마을길 토지 정비사업은 연무 죽본지구, 광석 왕전지구, 은진 시묘지구 총 3개 지구에서 첫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민 협의를 통해 정해진 경계는 경계설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되며, 이후 마을길은 새로운 지번과 ‘도로’ 지목을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행정 절차의 마무리와 함께, 주민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마을 어귀에 제대로 된 길이 열린다는 기대감 속에서 주민들은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갈등과 불확실성으로 멈춰 있던 공간이, 행정을 통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땅과 길 사이에 꼬여버린 매듭을 천천히 풀어가며 논산시는 삶의 길, 사람의 길을 다시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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